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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시인 '김수영'을 있게 한 세 가지 사건. 김수영문학관, “김수영 시인 50주기 기념 심포지엄” 성황리에 마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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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도봉문화재단 작성일18-11-06 14:56 조회2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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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은 한국의 많은 시인이 존경해 마지않는 선배 작가이다. 거제 포로수용소에 풀려난 이후에는 인간의 자유를 끊임없이 강조했으며, 4.19 혁명이 군사정권에 좌절된 이후에는 자기풍자와 현실비판의 성격을 띤 시들을 써냈다. 김수영은 모더니스트인 동시에 자유와 저항을 외친 참여시 작가로, 많은 작가의 귀감이다.

올해는 김수영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1968년으로부터 딱 50주기가 되는 해이다. 이를 맞아 도봉구에 위치한 김수영문학관은 지난 26일 인간 김수영과 시인 김수영, 예술인으로서의 김수영을 통틀어 분석하는 “김수영 시인 50주기 기념 심포지엄 : 김수영의 삶과 시 그리고 예술세계”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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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태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날 행사에는 여섯 명의 교수가 발제자와 토론자로 참여했다. 조강석 연세대학교 교수와 김종훈 고려대학교 교수, 조영복 광운대학교 교수는 발제를 맡았으며, 이민호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와 이경수 중앙대학교 교수, 박정근 대진대학교 교수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사회는 서울디지털대학교 김문태 교수가 맡았다.

“김수영의 삶”을 주제로 발제를 진행한 조강석 교수는 김수영의 삶에는 세 가지 핵심적인 사건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첫 번째는 연극을 공부하다가 시로 전향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자코메티 인터뷰를 번역한 것, 세 번째는 한국전쟁 체험과 영화 ‘25시’의 관람이다.


- 김수영의 연극 활동과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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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석 연세대 교수. 사진 = 육준수 기자


김수영은 일본 유학 시절, 동경성북예비학교를 그만두고 미즈시나 하루키 연극연구소에서 연극을 배웠다. 조강석 교수는 “이 시절 김수영의 연극 활동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만, 최하림의 “김수영 평전”에는 김수영이 연극대사를 즐겨 외웠다는 급우의 증언이 실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극 체험은 김수영의 시 세계에 일정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주장했다.


조 교수는 김수영이 시작노트에서 직접 밝힌 “나는 앨런 테잇의 시론을 충실이 지키고 있다.”는 구절에서 김수영의 시가 가진 연극적인 특성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앨런 테잇이 강조한 것은 평면성을 극복하기 위한 ‘긴장’으로, 서로 방향이 다른 힘을 마주치게 하는 극적인 긴장이 주요한 특징이기 때문에 ‘시적 연극성’을 띤다는 설명이다.


조강석 교수는 김수영의 시는 감정을 평면적으로 나열하거나 논리적 획일성과 단순성을 답습하지 않고, 시적인 혁신을 이루려는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는 “긴장과 갈등에 기초하는 연극 고유의 ‘문법’이 시 속에 개진된 ‘시적 연극성’의 형태로 발현된 결과”라 이야기했다.


- 자코메티 번역과 레알리떼(리얼리티)에 대한 고민


두 번째로 조강석 교수는 ‘자코메티 번역’과 그로 인한 ‘레알리떼에 대한 고민’을 김수영 삶의 중요한 사건으로 꼽았다. 김수영은 칼톤 레이크와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인터뷰를 번역한 ‘자꼬메띠의 지혜’를 ‘세대’지에 실은 바 있다. 조 교수는 “김수영은 자코메티를 번역하며, 그의 예술관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전했다.


자코메티는 스위스의 조각가이자 화가로 1901년 태어나 1966년 사망했다. 조강석 교수는 “자코메티는 레알리떼를 강조”하면서도 “레알리떼는 비독창적인 것이 아니라 말했다.”고 이야기했다. 사실에 충실한 것이 낡아 보이는 이유는 그것이 관념에 의존하기 때문이며, 선험적 관념이 아닌 ‘현장에서의 비전’에만 의지하여 대상을 보는 대로 충실하게 그려낸다면 독창적인 리얼리티를 표현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자코메티의 방식은 김수영에게 많은 자극을 주었다며, 시 ‘눈’을 예로 들었다.


눈이 온 뒤에도 또 내린다
생각하고 난 뒤에도 또 내린다
응아 하고 운 뒤에도 또 내릴까
한꺼번에 생각하고 또 내린다
한줄 건너 두줄 건너 또 내릴까
폐허에 폐허에 눈이 내릴까

-「눈」 전문 (1966)


김수영은 시작노트에서 시 ‘눈’에 대해 “낡은 형의 시다. 그러나 낡은 것이라도 좋다. 혼용되어도 좋다는 용기를 얻었다.”는 말을 남겼다. 또한 “사실 ‘폐허에 눈이 내린다’는 여덟 글자로 충분한 시”라고 전했다. 조강석 교수는 이 시는 ‘눈’이라는 하나의 대상을 자코메티적 리얼리티로 변형한 것이라며, “자코메티적 발견은 김수영의 시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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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시인 50주기 심포지엄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 한국전쟁 체험과 영화 25시 관람이 가져다 준 반성

김수영은 1968년 가족들과 함께 영화 “25시”를 보게 된다. 조강석 교수는 루마니아의 평범한 농민이 전쟁을 겪으며 삶이 휩쓸리는 과정을 다룬 이 영화는, 김수영에게 스스로에 대한 반성을 가져다주었다고 말했다. 김수영에게도 영화와 흡사하게 한국전쟁 당시 의용군으로 북으로 끌려가다 간신히 서울로 돌아왔으나, 집 앞에서 경찰에 붙잡혀 2년 반 동안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갇혀있던 경험이 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김수영 시인은 자신의 반성을 “삼동유감”이라는 산문에 적었다.

아아, 나는 작가의-만약에 작가라면- 사명을 잊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타락해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마비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이 극장에, 이 거리에, 저 자동차에, 저 텔레비전에. 이 내 아내에, 이 내 아들놈에, 이 안락에, 이 무사에, 이 타협에, 이 체념에 마비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마비되어 있지 않다는 자신에 마비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삼동유감」 부분

조강석 교수는 영화 25시는 “개개인의 의지 너머에서 작동하며 주체를 무력화시키는 거대한 힘의 세계”를 김수영에게 다시금 상기시켰다고 전했다. 더해 이때 김수영이 느낀 고민과 반성은 타락하는 세계에 대한 개인의 자세로까지 확대된다고 말했다. “나는 깨끗하고 세계가 타락했으면 세계 밖에서 그것을 타도하면 되지만, 우리는 누구도 세계 바깥에 있지 않기 때문에, 세계가 타락하면 어떻게든 연루가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김수영으로 하여금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했다는 설명이다. 

김수영이 타락한 세계 앞에서 취한 자세는 무엇일까? 조 교수는 김수영은 기존의 정서와 인식을 뒤집는 ‘혁명’의 방식으로 세상을 사유했다고 전했다. 기성의 법에 의존하지 않고 상상적으로만 구성되는 새로운 법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이는 유례없이 고독했고, 시인이 스스로를 거듭 배반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조강석 교수는 이를 통해 김수영은 시 예술은 단순히 정치혁명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거시 정치에서 결여된 부분을 상상력으로 메우며 인간의 삶을 완전에 이르게 하는 중요한 지위에 있다 보았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김수영에게는 ‘한국전쟁’이라는 경험이 있었기에 영화 “25시”를 통해 세계의 부정과 타락에 마비된 자로서의 스스로를 재발견할 수 있었으며, 김수영의 핵심적인 문제의식은 ‘부정을 타도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부정에 연루된 주체로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있다고 정리했다.

또한 이때 스스로가 부정에 연루됐다고 간주하는 주체는 외부로부터의 요청에 의해 깨닫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항상 현재적인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더해 이 간주에 의해 주체는 자신의 ‘온몸’을 영구히 배반하여,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시작(詩作)’을 완전하게 수행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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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고려대 교수. 사진 = 육준수 기자


김수영의 삶에 대한 조강석 교수의 발제 뒤에는 김종훈 고려대 교수와 조영복 광운대 교수의 발제가 이어졌다. 두 교수는 각각 김수영의 “보편적 현실과 인식의 운동 : 김수영의 시 세계”와 “언어의 원추 혹은 속화와 성화 사이”를 중심으로 행사를 이어갔다.


김종훈 교수는 김수영은 낙후된 한국 속 일상의 주변부를 섬세하게 표현하는 보편성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인식 대상의 운동성을 포착하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김수영의 시는 변화하는 현실과 닿아 있으면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조영복 교수는 “김수영은 독자에게 늘 ‘전복적 요구’를 청하고 있다.”며, “그의 시를 읽을 때에는 일상적 어법이 담아내는 의미와는 다른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전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도봉구 구민들과 문학 독자들의 참여 속에서 끝이 났다. 한편 김수영의 타계 50주기를 맞아 여러 문학관, 서점 등에서는 의미 있는 행사들이 이어지고 있다. 오는 11월 2, 3일 김수영50주기기념사업회는 김수영 50주기 기념 학술대회 “50년 후의 시인”을 개최하여, 고인의 삶과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2018-10-31] 뉴스페이퍼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