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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여행을 통해 시인들은 어떤 시를 쓰게 됐나? 김은지, 육호수 시인. 무중력지대 도봉에서 ‘여행에서 주운 시’ 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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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도봉문화재단 작성일18-12-21 15:34 조회4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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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의 경험은 유독 마음에 오래 남는다. 여행은 반복적인 일상과 다른 색채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지에서 접하는 장소, 만나는 사람들, 먹게 되는 음식, 심지어 냄새까지도 모든 것이 낯설다. 낯선 것과 만난 경험은 우리 안에 깊숙이 남고, 일상으로 돌아와서도 우리 일상이 어떠한 모습이었는지를 다시 살펴볼 수 있는 힘을 준다.

일반인들이 SNS나 일기에 여행의 체험을 담은 후기를 적는다면, 시인들은 여행에서의 체험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남겨둔다. 여행의 경험 그 자체나, 그곳에서 느낀 생각들을 시로 창조하는 것이다. 지난 8일 창동역 인근에 위치한 무중력지대 도봉에는 여행을 갔다 온 시인들이 여행에서의 체험을 시로 써낸 경험을 공유하는 행사가 열렸다. 김은지, 육호수 시인이 함께한 낭독회 “여행에서 주운 시” 행사로, 이날 행사에서 시인들은 행사의 이름 그대로 여행에서 ‘주운 시’를 공유하며 우리 일상이 어떤 모습인지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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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지 시인(좌)과 육호수 시인(우).


김은지 시인은 2016년 실천문학 시 부문 신인상을 받으며 작가로 데뷔했으며, 팟캐스트 방송 ‘세상엔 좋은 책이 너무나 많다 그래서 힘들다’를 진행 중이다. 육호수 시인은 2016년 대산대학문학상을 수상하여 2017년 창비 봄호에 시를 발표했으며, 지난 9월 아침달 출판사를 통해 첫 시집 “나는 오늘 혼자 바다에 갈 수 있어요”를 펴낸 바 있다.

- 김은지 시인이 여행에서 주운 시, 일상에서 벗어나 느낀 감정들의 공유

김은지 시인은 여행에 가면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타인과 공유하고자, 그것을 시로 남겨둔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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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지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예컨대 시 ‘대여’의 “모르는 사람의 집에 머무르고 있다/발코니에 나와/길 건너 있는 정원의 분수를 보고 있다”라는 첫 구절은 시인의 실제 경험에서 나왔다. 김은지 시인은 전문 숙박시설이 아닌 집을 대여해주는 방식의 숙소를 이용한 적이 있다며, ‘누군가 사용하고 있는 집의 이불을 쓴다.’는 낯설고 독특한 기분을 타인과 공유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한 시 ‘책방에서 빗소리를 들었다’ 역시 속초에 여행을 갔던 경험을 담고 있다. 심하게 비가 와서 설악산 등반 일정이 취소된 날, 김은지 시인은 일행들의 허락을 구하고 홀로 속초에 있는 작은 서점에 갔다고 이야기했다. 창밖에서는 빗줄기가 건물들의 뾰족한 지붕들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당시 준비해야 할 합평 글로 예민해져 있던 김은지 시인은 “내 마음이 뾰족한 것도, 비가 오니까 그런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여 이 시를 썼다고 밝혔다.


지붕을 내려다본다
지붕은
비 오는 날을 위해
뾰족한 모양을 하고 있다

내 마음은
비 오는 날을 위해
만들어졌다.

-「책방에서 빗소리를 들었다」 부분


- 육호수 시인이 여행에서 주운 시, 일상에서 떠나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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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호수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육호수 시인은 여행을 가면 “아주 먼 곳으로 가서 방 안에만 있기를 즐긴다.”고 이야기했다. 육 시인은 “1~2주가 지나면 숙소에 있는 모든 분들이 절 내보내려고 한다.”며 “사흘 정도 안 나오면 살아 있는지 확인하려고 문을 두드리기도 한다.”고 농담조로 말했다. 그러나 ‘저는 여행지에 좋아하는 책을 가지고 가서 자신만의 속도로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는 육호수 시인은, 여행은 일상에서 떠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시간이라고 전했다.

시 ‘In saecula saeculorum’은 육호수 시인이 2016년 대산대학문학상에 당선되고, 부상으로 폴란드와 독일 여행에 다녀와 쓴 시이다. 육 시인은 당시 여행에서 유태인 기념관과 독일 추모관 등을 보며 “시를 쓴다는 것은, 글을 쓴다는 것은 뭘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이야기했다. 재앙에 가까운 과거가 있었음에도 시라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지 고민하게 됐다는 것이다. 육 시인은 이때의 여행은 함께 갔던 이들과 매일매일 ‘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주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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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호수 시인이 인도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또한 육 시인은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며, 여행에서는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국에서 죽은 새를 찍은 사진과 피부병을 앓고 있는 더러운 개, 쓰레기를 엮어 만든 목마, 폐수로 오염된 호수 등을 찍은 사진이다. 육호수 시인은 좋은 기억보다는 악취가 풍기는 폐허와 같은 풍경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며, 그러한 기억들은 이따금 시가 되곤 한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는 젊은 문학 독자들의 참여와 활발한 질의응답 속에서 끝을 맺었다. 행사에 참여한 김은지, 육호수 시인은 앞으로도 여행을 계속 다니고 싶다는 마음을 밝히며, 그 여행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시를 주울 수 있을지’ 큰 기대가 된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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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지, 육호수 낭독회. 사진 = 육준수 기자


한편 이번 행사는 김은지 시인과 도봉구 독립서점 도도봉봉이 함께 기획했으며, 그래비티와 도봉문화재단 무중력지대 도봉이 후원했다.